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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애칼럼 만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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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남사친 여사친이란게 세상에 정말 있나요?
작성자 아프리모 (ip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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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날짜 2020-02-1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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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이나 외계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논쟁이 있다. 남사친-여사친 존재에 대한 논쟁이다. 긴 얘길 시작하기 전에 분명한 것 하나만 말해두겠다. 이 주제는 혼자서 정립해야 할 가치관 같은 것일 뿐이란 거다. 그러니 절대 연인과 함께 토론해야겠다는 객기를 부리지 마시길. 연인과의 대화에 있어서 지켜야할 규칙 중 제1 1항은, 잘해봤자 본전이고 못하게 되면 파국을 맞이할 위험이 있는 대화는 절대로 시작해선 안 된다는 것 이다.

 

 K라는 후배가 있다. K의 별명은 좋은사람인데, 말 그대로 그는 순딩이과에 속하는 남자다. 웬만한 문제엔 감정기복을 보이지 않고 화를 내는 걸 본적도 없다. 연애 역시 무난하고도 순탄하게 흘러갔다. 여자 친구의 기분을 늘 맞춰주려 애쓰는 쪽 이었고, 남자들이 흔히 보이는 허세나 똥고집도 없었다. 종교인은 아니었으나 살아 있는 보살이나 예수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순하고 또 온순한 사람이랄까. 하지만 그런 그가 단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여자친구의 남사친들 이었다. K의 여자친구가 유독 남사친들이 많긴 했다. 오히려 그래서 그녀는 K에게 늘 강조했다.

 

나는 남사친이 많은 여자일 뿐, 그들을 이성으로 보는 게 절대 아냐.

너에겐 이성이 아닐지라도 그들에게 네가 이성일지 어떻게 알아?

 

 처음엔 이런 식의 말다툼으로 시작됐단다. 그런데 점점 싸움의 농도가 짙어지고, 어느새 감정싸움으로 까지 번지게 됐다며 K가 속상함을 토로했다.

 

제가 예민할 수도 있단 거 잘 알아요.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게 두 가지가 있거든요? 첫 번째, 알게 된지 두 달 밖에 안 된 남자에게 어떻게 그렇게 깊은 신뢰를 가질 수가 있느냐는 거예요. 친구란 건 오래두고 가까이사귄 벗이라는 말도 있잖아요? 고작 두 달 갖고 어떻게 그렇게 가족 같은 친구라고 강조할 수 있느냐는 거죠.

 

 K는 술에 취해 궁시렁 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는데, 그의 두 번째 불만 사항은 이거였다.

 

여자친구가 그 남사친이랑 저만큼이나 매일매일 연락을 주고받고, 같이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게 싫어요. . 질투 맞아요. 여자친구도 늘 제 질투를 나무라곤 해요. 친구랑 나누는 대화와 연인과 나누는 대화의 결이 같냐고. 왜 친구와 나누는 대화 까지 신경 쓰냐고 말이죠.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예민했던 건 아니에요. 저한텐 바쁘다고 한 시간에 친구랑은 즐겁게 대활 나누고 있었던 걸 보고 난 후에 저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게 됐죠. 사랑이란 건 스킨십이 전부가 아니고 소통이라고 여자친구가 늘 얘기하거든요? 근데 스킨십을 절대 안하니까 친구래요. 그렇게 소통을 매일매일 하며 우정을 쌓아 나가는 걸 굳이 이해해 줘야하는 건가요?

 

 참 어려운 논쟁이다. 나를 사랑한다면서 나를 왜 안 믿어? 남자든 여자든 내가 친구를 사귀는 것 까지 너의 영향을 받아야해? 라는 그녀의 주장과, 백번 양보해서 남사친이 있다고 치자. 근데 내가 그들을 싫어하면 그냥 연락 안하면 안 돼? 그렇게 걔들이랑 연락하는 게 즐거워? 라는 K의 주장은 둘 다 틀린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. 결국 이런 논쟁의 결론은 이거다. 나를 버리느냐 너를 버리느냐.

 

 타인과 아는 사람의 경계, 아는 사람과 친구의 경계는 참 모호하다. 내 연인의 남사친과 여사친까지 내가 사랑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. 이성친구든 뭐든,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취향이나 친구들까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달라는 것도 욕심이고 그 모든 것에 나를 먼저 우선시 해달라는 것도 동류의 욕심이다. 특히 이성친구의 존재에 대한 문제는, 연인사이에 있어서 정치나 종교보다 더 중요한 가치관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. 아무리 치열한 논쟁이 오고간다고 해도 결국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방이 내린 결론에 맞춰주는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. 하지만, 외계인이나 하나님의 존재유무로 싸우다 헤어진다 생각하면 힘겹게 쌓아온 우리의 사랑이 너무 서글프지 않을까?

 

 그러니 이 문제의 책임은, 이 문제의 원인인 바로 그 남사친과 여사친들에게 돌리고 싶다. 그들이 한 연인의 행복한 연애를 위해 지켜야할 수칙 첫 번째, 아무리 친구라고해도

 애인 있는 사람의 일상에 대해 지나치게 궁금해 하지 말길. 아슬아슬한 수위로 안부를 물어오지도 않길


두 번째, 진짜 친구라면 굳이 일상을 공유하지 않아도 친구일 것이며 억지로 쌓지 않아도 쌓이는 게 우정임을 명심하길. 세 번째,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친구의 일상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면 정말로 우정이라 확신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길. 본심을 숨긴 채 장기투자(?) 명목으로 연락을 취하다간, 언젠간 똑같은 형태로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해 두길.

첨부파일 clem-onojeghuo-K11CdC7LoaU-unsplash.pn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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